2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할머니께서 평소와 달리 말을 횡설수설하시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말이 자꾸 끊기는 모습을 보니, 연세도 있으셨기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였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치매가 아니라 뇌경색이었던 것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계셨지만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았고, 당시 당화혈색소(HbA1c)는 8%대로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오랜 기간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뇌혈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뇌경색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치매를 먼저 의심했던 이유는 뇌경색에서 흔히 떠올리는 한쪽 팔다리 마비나 심한 운동장애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이 어눌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먼저 나타났기에 치매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치매와 뇌경색의 차이점, 치매처럼 보일 수 있는 질환, 그리고 당뇨와 고혈압이 왜 중요한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치매와 뇌경색, 무엇이 다를까요?
치매와 뇌경색은 모두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발생 원인과 진행 양상은 다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는 대부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합니다. 처음에는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판단력과 일상생활 능력도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반면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갑작스럽게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뇌경색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서는 운동장애보다 언어장애나 기억력 저하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가족들은 치매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작은 뇌경색은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성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 치매 | 뇌경색 |
|---|---|
| 대부분 서서히 진행 |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음 |
| 기억력 저하가 대표적 | 말이 어눌해짐, 한쪽 마비, 시야 이상 등 다양 |
| 신경퇴행성 질환 | 뇌혈관 질환 |
2. 치매처럼 보일 수 있는 질환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질환도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 뇌경색 : 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었는지에 따라 기억력 저하나 언어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혈관성 치매 : 반복되는 작은 뇌경색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치매 원인 중 하나입니다.
- 우울증(가성치매) : 우울증이 심한 경우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 갑상선 기능저하증 :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피로감, 무기력감과 함께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비타민 B12 결핍 :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신경 기능에 영향을 주어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일과성 허혈발작 :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혀 증상이 나타났다가 회복되는 질환으로, 뇌경색의 중요한 경고 신호입니다.
- 수두증 : 뇌척수액 순환 이상으로 발생하며,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이처럼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므로 스스로 치매라고 판단하기보다는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당뇨와 고혈압 관리가 중요한 이유
당뇨병과 고혈압은 모두 뇌경색의 대표적인 위험인자입니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혈관 내벽이 손상되고 동맥경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심장뿐 아니라 뇌혈관에도 영향을 주어 뇌경색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고혈압 역시 혈관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심한 경우 뇌출혈 위험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더욱 증가할 수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당화혈색소(HbA1c)란?
당화혈색소는 최근 약 2~3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혈당이 얼마나 잘 관리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검사입니다.
일반적으로
- 5.7% 미만 : 정상
- 5.7~6.4% : 당뇨병 전단계
- 6.5% 이상 : 당뇨병 진단 기준 중 하나
로 활용됩니다. 이미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목표가 달라질 수 있지만, 많은 경우 7% 미만을 목표로 혈당을 관리합니다.
따라서 당화혈색소가 8%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며 치료 계획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병원을 방문하세요
다음과 같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치매보다 뇌경색과 같은 응급질환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신속한 진료가 필요합니다.
- 갑자기 말이 어눌해진다.
-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진다.
- 얼굴이 한쪽으로 처진다.
- 갑자기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진다.
- 보행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 심한 어지럼증이나 시야장애가 발생한다.
뇌경색은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마무리
저 역시 할머니의 증상을 보면서 처음에는 치매를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뇌경색이었고, 그 일을 계기로 치매와 뇌경색이 생각보다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력 저하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닙니다. 뇌경색을 비롯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을 꾸준히 관리하고, 갑작스러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참고자료: 질병관리청 / 대한뇌졸중학회 / 대한치매학회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 국가건강정보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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